[개띠축복 편파 기획] 94·82·70·58 개띠 직장인들에게 건네는 인사말

2018.01.25 16:50


올해는 황금개띠 해, 무술년입니다. 개띠인 분들이라면 태어난 해로부터 12의 배수만큼 살아오신 셈입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중국, 일본 등 십이지(十二支) 율력 체계를 사용해온 동아시아 문화권에서는 12이라는 숫자가 특별한 대접을 받죠. 십이지를 풀면 자, 축, 인, 묘, 진, 사, 오, 미, 신, 유, 술, 해 의 열두 가지 단위로 세분화되고, 각각을 상징하는 동물들이 존재합니다. 서양에서도 12는 성수(聖數)로 통하는데요. 그리스 신화의 올림포스 12신, 이집트 신화의 12신, 1월부터 12월까지 열두 달 체계, 그리스도의 12제자 등만 봐도 알 수 있죠.


동서양 모두 비범히 여겨지고 있는 12라는 숫자. 올 한 해 개띠 여러분은 동서양 문명에 기원한 성스러운 의미를 부여받으신 것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94, 82, 70, 58년생 개띠 직장인 여러분을 위한 축복(?)의 인사말!



To. 94년생 25세 개띠

“모든 개꿈을 소중히”



“나는 지금 자고 있는 것이 아니다. 꿈을 꾸고 있는 것이다… ZZZZ…”


‘특별한 내용도 없이 어수선하게 꾸는 꿈.’ 국어사전에 정의된 명사 ‘개꿈’에 대한 풀이입니다. ‘이십대’라는 단어가 ‘취준생’, ‘사회초년생’의 동음이의어가 돼버린 듯한 오늘날, 스물다섯 살이 된 여러분은 어떻게 지내고 계신가요? 신입사원이라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며 설레지만 진땀 빼는 하루를 보내는 중이겠네요. 


회사라는 공간의 규칙에 적응하는 것은 좋지만, 그 규칙 안에 여러분의 삶 전체를 맞추지는 않았으면 좋겠어요. 때로는 새로운 규칙을 만들어낼 줄 아는 이들 덕분에 회사가 성장하는 것이니까요. 회사 안에서도, 계속 꿈을 꾸셨으면 좋겠습니다. 


꿈은 꿈인데, 그 앞에 ‘특별한 내용도 없이 어수선하게 꾸는’이라는 수식어를 굳이 붙였어야만 했을까? 꼭 남들이 보기에 특별한 내용이어야만 ‘꿈’인 걸까? 특별하지 않아도, 조금 어수선해도, 내가 행복할 수만 있다면 개꿈이야말로 나 자신에게 가장 진실한 꿈이 아닐까?  


누군가에 의해 정의 내려진 ‘개꿈’에 대하여 이렇게 되물을 수 있는 여러분의 당당함과 자존감이 회사 안팎에서 더욱 강해지기를 바라며-  


모든 개꿈을 소중히!



To. 82년생 37세 개띠

“나답게 벌어 나답게 써보아요”




‘개처럼 벌어 정승처럼 쓴다’. 국어사전은 이 속담을 “돈을 벌 때는 천한 일이라도 하면서 벌고, 쓸 때는 떳떳하고 보람 있게 씀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라 풀이하는데요. 성실히 돈을 벌어서 뜻 깊은 일에 쓴다는 말인가 싶다가도, 이런 착한(?) 의미만은 아닌 것 같다고 느껴집니다. ‘개’와 ‘정승’이라는 단어 때문이죠. 


천한 일이라도 하면서 돈을 벌어야 하는 주체가 왜 하필 ‘개’에 비유되어야 하는지, 떳떳하고 보람 있게 소비하는 주체는 왜 또 하필 ‘정승’으로 상징화되는 것인지 고개가 갸웃거려집니다. 어휘 하나하나를 섬세하게 독해하는 독자들에게는 출세주의를 표방한 말로 읽힐지도 모르겠습니다. 천한 일도 마다하지 않고 ‘개’처럼 돈을 벌어서, 정승 같은 고소득자로 거듭나자는 뜻으로 말입니다. 


서른일곱 살이라는 나이는 흔한 표현으로 ‘한창때’에 속하죠. 직장에서는 대리급 직원들이 이 나이에 해당할 것입니다. 커리어와 가정생활 모두, 이룬 것보다는 이뤄야 할 것들이 많은 시기. 특히 금전적인 고민이 큰 비중을 차지할 텐데요. 이 고민 속에, 올해는 ‘나’를 넣어보면 어떨까요. 단순히 ‘돈 많이 벌고 싶다’ 말고, ‘내가 원하는 커리어와 가정생활을 위해 필요한 금전적 조건은 어느 정도일까?’를 구체적으로 생각해보는 것이죠. 


그래서, ‘개처럼 벌어 정승처럼 쓴다’라는 속담을 이렇게 바꿔보고 싶습니다. 

나답게 벌어 나답게 쓴다! 



To. 70년생 49세 개띠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




이 인사말은 49세 개띠 님들뿐 아니라, 49세 개띠 님들을 바라보는 아랫사람들에게도 똑같이 건네고 싶습니다. 


49세라는 나이는 어느덧 직장 내에서 관리자급 직책을 맡을 시기인데요. 실무자와 관리자 사이의 내적 갈등(?)은 어느 회사에나 존재할 듯합니다. 당사자에게는 거북한 이야기일 수 있지만, 관리자들은 때때로 실무자들에게 일종의 따돌림을 당하기도 합니다. 업무 과정에서 불거진 이런저런 의견 다툼, 실무진을 고통에 빠뜨리는 과도한 업무 할당 등등 때문이죠. 실무자들끼리만 모인 술자리에서, 때때로 관리자는 이름이나 직함 대신 ‘동물’로 불리며 대화에 등장하기도 합니다. (어떤 동물인지는 굳이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회사는 일을 하는 곳이다’라는 문장은 비문입니다. 일을 하는 주체가 회사일 리는 없으니까요. 교열을 하면 ‘회사는 사람들이 일을 하는 곳이다’ 정도가 되겠군요. ‘사람들’이 없다면 일도 없고, ‘사람들’이 비효율적이라면 일 역시 비효율적일 수밖에 없겠죠.


사람을 동물로 호칭하며 분풀이하게 돼버린 애처로운 사정, 어느 순간 동물로 호칭되고 있는 자기 자신을 발견한 사람이 갖게 될 씁쓸한 속내. 올 한 해는 툴툴 털어버리고, 우리, ‘사람들’끼리 잘 일해보자는 의미로 인사드립니다.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



To. 58년생 61세 개띠

“개의 굳은 발바닥에서 당신을 떠올리겠습니다”




작가 김훈의 장편소설 『개』는 개의 시점으로 바라본 인간들의 세상을 그리고 있습니다. 『개』에 실린 작가의 말 일부를 인용해보겠습니다. 


“개발바닥의 굳은살을 보면서 어쩌면 개 짖는 소리를 알아들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세상의 개들을 대신해 짖기로 했다. 짖고 또 짖어서 세상은 여전히 고통 속에서 눈부시다는 것을 입증하고 싶었다.”


이 소설의 부제는 ‘내 가난한 발바닥의 기록’입니다. 가난하든 부유하든, 누구나 살아왔다면 발바닥에 굳은살이 박여 있을 테죠. 오래도록 걷거나 한 곳에 엉버티고 서 있을 때 발바닥은 굳습니다. 굳어서 살이 되고, 그 살이 다시 굳어서 겹겹이 굳은살이 쌓입니다. 발바닥의 굳은살은 나무의 나이테 같은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인사드립니다. 


“개의 굳은 발바닥에서 당신을 떠올리겠습니다.” 



황금빛 황금개띠 한 해이기를



94, 82, 70, 58년생 개띠 직장인 여러분께 건네드린 인사말, 마음에 드셨을지 모르겠습니다. 성스러운 숫자 12의 배수만큼 살아오신 여러분 모두에게, 황금빛 황금개띠 한 해가 펼쳐졌으면 좋겠습니다. 앞서 소개해드렸던 김훈의 『개』에 나오는 한 구절을 인용하며, 끝인사를 드립니다. 


“마음이 재빠르고 정확해야 해. 그래야 남의 눈치를 잘 살필 수가 있어. 남의 얼굴빛과 남의 마음의 빛깔을 살필 수 있는 내 마음의 힘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지. 부드러운 마음이 힘센 마음인 거야.”


Posted by Say Samy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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