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 나타나는 그들은 누구인가?

2018.05.17 15:22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는 늘 무언가로 채워져 있습니다. 발걸음, 말소리, 보행 신호음, 경적음, 최신 유행곡… 딱히 이슈를 찾아보기 어려운 일상적인 풍경들이죠. 그런데 이 평범함을 비집고, ‘큰 이슈’를 외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잡지 <빅이슈> 판매원들입니다! 


“홈리스의 자립을 위한 잡지 빅이슈입니다.”, “구걸이 아니라 일하는 중입니다.” 항상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외치는 빅판(<빅이슈> 판매원의 줄임말)들의 목소리는, 어느덧 도시를 채우는 또 하나의 일상이 되었는데요. 주목해야 할 점은 이들이 주거 취약 계층인 홈리스(Homeless)들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입니다. <빅이슈>, 대체 정체가 뭘까요? 



그 창대한 이슈의 시작 <빅이슈>



<빅이슈>는 홈리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991년 영국에서 창간된 월간지입니다. 빅이슈의 초대 편집장인 존 버드는 그 자신도 어렸을 때부터 홈리스 생활을 했었기에, 그들의 삶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답니다. 이후 그는 30대 후반, 후원자의 도움으로 뒤늦게 대학에 진학하면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당시 존 버드는 출판업에 큰 관심을 갖고 있었는데요. 우연히 TV에서 젊은 시절 친구이자 기업가인 고든 로딕(친환경 화장품 기업 '더바디샵' 창업자 아니타 로딕의 남편)을 보게 됩니다. 당장 고든 로딕을 찾아간 존 버드는, 그와 함께 <빅이슈>를 창간합니다. 미국의 노숙인 잡지 <스트리트 뉴스>가 그들에게 큰 영감을 주었죠. 


<빅이슈>를 창간한 존 버드와 고든 리딕

이미지 출처: <빅이슈> 소개 영상 캡처(https://www.bigissue.com/about)


존 버드의 메시지는 간단명료합니다. 바로 '자립(self-reliant)'이죠. 정부 정책, 각종 지원 사업 같은 '외부' 조력은, 홈리스 개개인의 삶 개선에 근본적인 해결책이 못 된다는 것입니다. 이에 그는 <빅이슈> 판매원(해외에서는 스트리트 페이퍼를 판매하는 홈리스를 ‘벤더’라고 부릅니다)의 채용 조건을 홈리스로 제한하여 자립의 계기를 제공하기로 합니다. 


또한 <빅이슈>는 다양한 분야의 재능기부자들의 참여로 만들어지는 것은 물론, 권당 가격의 절반 이상을 수익으로 지급하는 구조를 만들었습니다. 이 방침은 영국을 비롯한 세계 각지의 <빅이슈> 지국들도 따르고 있답니다. 창간 30주년을 바라보는 <빅이슈>는 현재 한국, 일본, 호주 등 10개국에서 발행되고 있습니다. 판매처가 확대되었다는 것은 판매원이 증가되었다는 것을 의미하고, 이는 곧 세계 각지의 홈리스들의 자립이 늘어났다는 뜻이겠죠? 



당신이 읽는 순간, 세상이 바뀌는 <빅이슈 코리아>


한국판 <빅이슈>의 제목은 <빅이슈 코리아>입니다. 제1호는 2010년 7월 선보였는데요. 주거 취약 계층의 자립과 자활을 돕는 비영리 민간단체 '거리의 천사들'이 2년간의 준비 끝에 세상에 내놓았답니다. 월간지로 시작했다가 판매 부수 증가에 따라, 2011년 5월부터는 격주로 앞당겨졌어요. 통권 제179호째(2018년 5월 15일 시점) 꾸준히 발행 중이죠. 


<빅이슈 코리아> 179호 ‘평화, 새로운 시작’

이미지 출처: <빅이슈 코리아> 공식 홈페이지


<빅이슈 코리아> 역시 재능기부자들의 참여로 만들어집니다. 유명 연예인과 작가, 포토그래퍼 등을 비롯해 최근에는 캐릭터, 고양이, 사회적 이슈까지 다루며 변신을 거듭하고 있고요. 우리나라에서는 권당 5,000원에 판매되고 있는데요, 이 가운데 2,500원(50%)이 판매원에게 돌아간답니다. 


빅판(‘빅이슈 판매원’의 줄임말)들은 서울시와 지자체, 서울메트로, 서울도시철도, 서울시메트로 9호선과의 협력을 통해 거리에서 안정된 판매를 할 수 있도록 지원받고 있어요. 이들은 빨간색 유니폼을 입고, 서울 주요 대학가와 지하철역 근처 등 본인이 배정받은 장소에서 잡지를 판매합니다. 이들이 항상 같은 시간에 같은 장소에 서 있었던 이유, 이제 아시겠죠?


[참고]

<빅이슈 코리아> 판매원들은 매주 월~금요일, 오후 4~7시까지 공통적으로 근무합니다. 서울, 대전, 부산 등 전국 3개 지역 곳곳의 지하철역 및 시내 중심지가 이들의 근무지입니다.

※ 판매처 정보 ▶ https://goo.gl/xV2kJN



비영리 나눔 단체 ‘기부 이펙트’가 빅이슈 판매원 성기영 님을 위해 마련한 플래시몹 행사

영상 출처: <빅이슈 코리아> 공식 유튜브 채널(https://youtu.be/ut1XT3z_-bI)



사회적 책임을 고민하는 ‘이슈 메이킹’



<빅이슈 코리아>에서는 잡지를 발행하는 업무 외에도, 광고나 판매, 주거 취약 계층 자립 지원 사업에도 참여하고 있어요. 2011년 6월에는 한 시사지를 통해 <빅이슈 코리아> 빅판 두 명이 고시원에서 다세대 빌라로 이사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는데요. 빅판 일을 통해 자리를 잡아 임대주택에 보금자리를 마련했다는 내용이었죠.


창간 당시 <빅이슈 코리아> 사무국은 판매원들에게 약속을 하나 했습니다. 하루 수익 중 절반을 저축해 현금 100만 원 이상을 모으고, 6개월간 고시원 방세를 스스로 지불할 경우, 주거복지재단을 통해 임대주택 입주를 돕겠다는 것이었는데요. 창간 1주년을 한 달 앞두고 그 약속을 지킨 셈입니다.


빅판 사원들과의 이 약속은 창간 8년째를 맞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안정된 자립 기반 확보 외에도, '홈리스 월드컵', '빅이슈트레인', '봄날밴드', '홈리스 건강축구 보급' 등 다양한 관련 사업을 지속해오고 있습니다. 특히 올해부터는 여성 홈리스 지원 확대를 위해 ‘빅이슈 위드 허(Big Issu with Her)’ 같은 캠페인을 진행 중입니다.


이미지 출처: <빅이슈 코리아> 공식 홈페이지


홈리스들은 오랜 시간 '잉여'로 치부되어왔습니다. 분명 우리 눈에는 보이지만, 사회 구성원으로 인정받지 못했던 것이죠. 하지만 그들은 <빅이슈>라는 사회적 기업의 일원이 되면서, 자립 가능성을 증명할 수 있었습니다. '잉여'에서 '일원'으로의 인식 전환, 이것이야말로 <빅이슈>가 이룬 '빅 이슈'가 아닐까 싶습니다.


Posted by Say Samy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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