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소서 글쓰기는 왜 어려울까?" 자소서는 창작이 아니라 편집이다

2018.09.20 11:08


“Let me introduce myself. My name is Sam Yang, and I’m from Korea.” 


중고등학교 영어 수업 때 한 번쯤 연습했을 법한 예문이죠. 렛 미 인트로듀스 마이셀프! 학창 시절 우리는 이미 ‘자기소개’를 해봤던 겁니다. 내가 나를 소개하다니요. 쉬울 것 같지만 이게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닙니다. 내가 나를 잘 모르는 탓은 아닙니다. 내가 나를 너무 잘 안다는 것이 문제죠. 또한, 내가 아는 나의 수가 너무 많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영화 예고편과 닮은 자기소개서


나 자신이 100가지 기능을 가진 스마트폰이라고 가정해보죠. 소비자들에게 모든 기능을 다 소개할 수는 없습니다. IT 전문가가 아닌 이상 100가지 기능의 효용과 원리를 다 숙지하기란 어려우니까요. 그래서 몇 가지 기능을 선별해 소개하는 편이 매력 어필 차원에서 더 효과적입니다. 카메라, 용량, 디자인 등 ‘소개해야 할 요소’를 추리는 것이죠. 



내면의 기록실에 차곡차곡 쌓인 ‘경험’들입니다. 무엇을 골라 자기소개서에 넣으시겠어요?


요컨대 전략적 자기소개란, 나의 전부를 꺼내는 것이 아니라 일부만을 선별해 보여주는 일입니다. 이를테면 영화 예고편인 셈입니다. 본편의 몇몇 장면들로 관객들의 흥미를 유발하는 영상 말입니다. 이때 선별되는 장면들은 해당 영화가 공략하려는 타깃 관객층을 고려한 것입니다. 블록버스터를 원하는 관객들에게는 대규모 폭발 씬과 CG 씬을 앞세우고, 예술 영화 관객들에게는 영상미가 돋보이는 씬들을 많이 보여주는 식입니다. 



여러분의 경험을 ‘컷 바이 컷’ 내지 ‘씬 바이 씬’ 개념으로 생각해보세요. 

어떤 컷과 씬으로 ‘나 예고편’을 만드시겠어요?


취업 준비생 누구나 ‘자기다움’을 지니고 있을 텐데요. 이 자기다움이 바로 영화 본편에 해당합니다. 자신이 지원한 직무(부서)는 영화 장르이고, 서류 전형 심사위원은 관객입니다. 즉, 여러분은 각자 지원한 직무 장르에 맞춰 자기다움을 각색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심사위원의 주목을 받을 수 있겠죠. 



크리에이터보다는 에디터 마인드


올 하반기 공채 시즌을 목표로, 혹시 십여 년 전부터 한 직무만을 목표로 자신의 모든 학업과 대외 활동과 성격을 특화시켜 온 분들이 계신가요? 아마도 그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취준생 여러분의 학업 이수 내역, 활동 경력, 성격 변화 등은 대체로 매일매일의 일상과 부딪쳐가며 자연스럽게 형성된 것일 텐데요. 자기소개서 작성을 위해 자신의 이력을 돌아보면, 퍽 변화무쌍하다는 사실에 직면하게 될 겁니다. 자기소개서를 한 편의 콘텐츠라 본다면, 소재적 요소들의 일관성을 찾기가 생각보다 어렵다는 것이죠. 


노랫말처럼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서”, 자기소개서를 구상(개요 짜기)할 땐 수많은 ‘나’들을 선별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그러니 자기소개서를 쓸 때는 크리에이터십(creatorship)보다는 에디터십(editorship)을 발휘해보시길 바랍니다. 다시 말해, 자기소개서를 앞에 둔 여러분 모두는 ‘편집자’인 것입니다.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종종 ‘편집’이란 용어가 언급되는데요. 썰렁한 농담을 한 연예인이 “편집해주세요”라고 말하는 식이죠. ‘이 부분은 잘라내주세요’라는 뜻입니다. 하지만 편집의 본래 의미는 훨씬 폭넓습니다. 일본의 저명한 학자 마쓰오카 세이고는 명저 <지(智)의 편집공학>에서 편집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정보구조를 해독하고 새 디자인으로 재생시키는” 것이라고 말이죠. 


출처: 알라딘(https://goo.gl/9yVMdy)



지원 분야(직무)에 맞는 이력·경험 배치술


질서는 오더(order: 순서)이다. 방 안을 예로 들어 말하면, 어떤 순서로 방 안의 물건을 꺼낼 수 있느냐 하는 것이 방의 오더, 즉 질서가 되고 있다. (…) 아무튼 이것은 ‘어떤 일에 관한 정보의 오더’를 어떻게 설정하고 있느냐 하는 문제이다. 

_ 마쓰오카 세이고, <지(智)의 편집공학> 중 


위 인용문을 빗대 말하면, 그간의 여러분 삶은 “방 안”이고 학업·활동·성격은 “방 안의 물건”, 즉 “정보”인 셈입니다. 이제 여러분은 각자 직무 분야에 관한 “정보의 오더”를 설정해 “새 디자인으로 재생시키는” 일을 해야 합니다. 바로 자기소개서 작성이죠. 


취업 준비생 김삼양 씨는 영업직을 희망합니다. 자기소개서 초안을 살펴보죠. 


영업직에 지원하는 김삼양 씨의 자기소개서 초안


(1)취미는 독서

(2)주요 대외 활동은 독서 토론회 회장 역임

(3)수상 내역은 전국 대학생 독후감 대회 1등

(4)장시간 꼼짝 않고 한 가지 일에 몰두하는 고도의 집중력과 인내심

(5)활달한 인간관계

(6)남을 설득시키는 스피치 기술(프레젠테이션 능력)

(7)운전 경력


(1)~(4)까지는 영업직에 요구되는 인재상과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입니다. 달리 말해, 정보의 오더 설정이 조금 아쉽습니다. 


(5), (6), (7) 등이 전면에 부각된 뒤 (1)~(4)가 부차적으로 배치된다면 어떨까요. 영업사원의 기본 자질을 갖춘 데 더해, 독서량과 글쓰기 자질, 참을성 많은 성품을 두루 갖춘 인물로 표현되지 않을까요? 



자기소개서란 ‘나’의 경험 정보를 직무 분야에 맞게 재구성(재편)한 것!


(1)부터 (7)까지의 정보구조가 ‘(5)·(6)·(7) + (1)·(2)·(3)·(4)’ 순으로 해독된 셈입니다. 이 절차를 통해 김삼양 씨의 자기소개서는 영업직 지원에 적합한 정보 오더를 취하게 되죠. 지원 분야에 맞는 이력과 경험을 선별 후, 글쓰기 과정에서 전략적으로 배치하는 작법이라 할 수 있습니다.  



나를 새로 디자인하는 글쓰기, 자기소개서


“당신을 정의해주는 것은 내면이 아니라 행동이다.”

(It’s not who you are underneath, but what you do that defines you.)

_ 영화 <배트맨 비긴즈> 중 


자기소개서 작성에도 꽤 잘 들어맞는 대사입니다. 자기소개서는 내면이 아니라 행동의 기록이죠. 다만, 그 행동들은 여러분 각자의 지원 분야에 따라 선별되는 것이고, 그 결과를 통해 새로운 내면이 표현될 수도 있을 거예요. 



크리스탈처럼 반짝이는 여러분 경험! 

어디에 어떻게 편집·배치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이미지를 투영하죠.


입사 지원의 첫 단계인 자기소개서 작성. 개념과 원리를 이해한다면 보다 전략적으로 ‘나’를 홍보할 수 있을 거예요. 올 하반기 삼양그룹 공채에서도 그런 참신한 ‘나’들과 만나기를 기대합니다. 


Posted by Say Samy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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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최수정 2018.09.20 17:11 신고 수정/삭제 댓글쓰기

    헉 정말 너무너무 필요한 꿀정보네요♥ 이 게시물만 따라하면 자소서는 완전정복할 수 있겠어요! 감쟈합니당 >_<

    • Say Samyang 2018.09.20 17:24 신고 수정/삭제

      저희의 콘텐츠가 꿀정보가 되었다니 정말 다행입니다 :)
      수정님이라면 저희가 알려드린 것보다, 훠~~~얼씬 더 멋진 자소서를 완성하실 것 같아요 ㅎㅎ
      수정님의 자소서 완전정복을 응원합니다~ 파이팅!

  2. 이종민 2018.09.21 04:37 신고 수정/삭제 댓글쓰기

    자소서에 작성할 수 있는 내용은 항목당 300-2000자가 다일텐데요. 지원자들 대부분이 20년 이상을 살아오고 각기 다른 인생 스토리가 있을텐데 그 세월을 제한된 글자에 축약해 작성하는데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었던 덧 같아요. 그래도 좋은 꿀팁 잘 얻어갑니다 ㅎㅎㅎ

    • Say Samyang 2018.09.21 10:05 신고 수정/삭제

      종민님께 꿀팁이 되었다니, 정말 뿌듯하네요 :)
      자소서의 개념과 원래를 잘 이해한다면 보다 전략적으로~
      어떻게 '나'라는 사람을 홍보할 수 있을지 분명히 답이 나올 거예요!
      충분히 잘 해내실 수 있어요~ 항상 응원합니다 :)

  3. 예지씨 2018.09.25 22:16 신고 수정/삭제 댓글쓰기

    자기소개서로 나의 모든 것을 보여줄 순 없지만, 나를 보여주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과정인거같아요!
    삼양씨즈 지원할 때 지원서 작성이 너무 힘들었는데 어떻게든 열정을 보여드리고 싶어서 열정을 꾹꾹 담아 썼던 기억이 나용 (•̀ᴗ•́)و !

    • Say Samyang 2018.09.27 09:51 신고 수정/삭제

      예지씨 님의 진심어린 열정이 통했기에, 삼양씨즈로 만나게 된 것이 아닐까요? :)
      삼양은 에지씨 님을 만나서 좋고, 예지씨 님도 삼양을 만나서 좋고~
      우리의 소중한 인연, 삼양씨즈 활동으로 활활 불태워보아욧 :)